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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 四季와 그 단상들
장비

등산화 수선

by 고산준령 2015. 10. 1.

요 며칠전에 등산화 끈 고리가 하나 떨어져 나갔다.  

 

평소대로 북한산으로 가벼운 산행길에 나섰는데 산행 시작한지 채 반시간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냥 화부터 불쑥 치밀어 올랐다.   

 

이 우라질 놈의 등산화 고리가 떨어진게 벌써 이번이 자그만치 세번째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등산화는 Raichle의 Explorer GTX 란 모델로 2010년 9월에

구입한 것이니 정확이 만 5년째 됐다.       구입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해 오고는 있지만 일년 내내 이것만을 신는 것은 아니다.    동절기에는 이것 말고

다른 중등산화를 신는다.     

 

2011년 9월 설악 서북능선 산행 막바지에 첫번째로 고리가 떨어져 나갔다.       이틀의 산행중 이틀째는 폭우속에서 하산했던 내 산행 역정중

가장 힘든 산행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첫날부터 아주 팍팍한 그런 산행이었지만 일년도 채 안 돼서 고리가 나갔다는 사실에 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2년 후인 2013년 8월 삼악산 산행때 또 고리가 나갔다.      더욱 어이없게도 고리 두개가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ㄷㄷ

( 삼악산 포스트의 사진이 이것을 증명함 ).     

 

어이 없는 것두 어이 없는 거였지만  이 등산화 자체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구매 당시 OK Outdoor 에서 평상시 보다 좀 더 할인을

해 한시적 판매를 하길래 라이클이란 브랜드를 믿고 어느편인가 하면 덥석 산게 사실이기도 하다.     라이클은 스위스의 잘 알려진 세계적인 등산화

메이커였는데 2003년 Mammut 이 인수했다고 한다.     매멋에서 그전 만큼 품질 관리를 못해서인지 아니면 판매 물품을 대량 일괄 구매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한다고 공공연히 자랑하는 OK가 재고 관리를 소홀히 한건지 혹은 내가 희박한 확률의 불량품 뽑기에 당첨되는 불운인지 뭔지는 나로서는 잘 알순 없지만

고리가 나갈때 마다 분통이 터지는 노릇은 어쩔 도리가 없다.     

 

연중 내내 매주 한번꼴로 산행해 오고 있으니 이 빈도수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일년에 대략 라이클로 40회 정도 산행하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1-2년에

한번씩은 고리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정도의 산행횟수란 말인가 ?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내 경험으로 봐도,

등산화가 닳아져 새것으로 교체한 것이 그동안 네댓개는 족히 될텐데 이제껏 라이클 말고는 단 한번도 고리가 떨어져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고질적인 고리 문제를 빼곤 이 등산화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제비뽑기를 잘못한거 같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양대 포털에서 등산화 수선을 검색하면 서너군데가 나오는데 그중 두군데에 눈길이 갔었다.   

그 두 군데중 집에서 가까운 곳이 자연스레 내가 이용하는 데로 돼 버린 것이다.    

 

첫번째 고리 수선시는 택배로 보내고 받았다.   두번째는 마침 시간도 되고 빨리 고치고 싶어서 직접 방문했다.          두번 다 방문전에 고리가 떨어진 등산화 사진도 휴대폰으로 보내고 잠깐 상담 전화를 했는데 통화한 이는 방문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수선업체의  대표라는 걸 알게 됐다.     통화할 때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년전 이맘때 등산화 한짝을 들고 직접 방문했을때 좀 놀랐다면 놀란게 있다.    뜻밖에도 사장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직접 수선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였다.    다소 신선한 충격이었고 뭔가 이 업체에 신뢰감이 갔다.   

 

작년 가을 무렵인가 해서 라이클 등산화 밑창이 닳아서 거의 바닥에 구멍이 날 정도로 수명이 다 되었다.     그 전 까진 이럴 경우 그냥 버리고 새것을 샀었는데 이번엔 밑창말고 다른덴 멀쩡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창갈이를 해 보기로 했다.   해서 수선업체는 두번이나 고리수선을

한 곳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헌데 원래 붙어있던 것과 동일한 비브람창 패턴이 없어서 적당한 다른 패턴으로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리고 어제 직접 갔다 왔다.   어제 방문이 두번째 일터.    오전 전화 통화시에 고리 하나 정도는 당일 수선이 가능하겠냐는 내 질문에 긍정적인

업체 대표의 답변이 있어서 그를 믿고 방문했던 것이다.     고맙게도 빠른 시간내에 수선해 줬다.     근데 한가지, 고리가 원래 붙어있던 것과 동일한 모양의

고리로 교체된 게 아니란게 쪼매 맘에 걸렸지만 사실 별 상관없다.     이전 두차례의 고리 수선시 사전에 동일한 고리 재고 보유 유무를 확인했지만 희한하게

요번엔 과거 이미 두차례나 그 특정 고리가 있었으니까 당연히 요번에두 있으리라 생각했었고 별반 신경 안써서 수선 접수시에 묻지 조차 안 했지만

마찬가지로 공교롭게도 수선 접수를 손수 해 준 업체 사장님도 이점은 묻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만약 이번엔 동일 고리가 없다는 걸 사전에 알았더라도 그냥 대충 비슷한 거 아무 고리라도 괜찮다고 했었을 것이다.     이젠 이 등산화에서는 고리는 모양보다는 그냥 고리로서의

기능만 충실하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로 수선 의뢰건수가 많이 밀려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수선 접수순 작업순위를 무시(?)한 채 내껄 당일로 것두 신속하게 처리해 주신 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이 회사의 발전도 고객의 자격으로 진심으로 기원한다.

 

애당초 여길사진 찍을 목적으로 카메라를 갖고 나온건 사실 결코 아니었다.    수선 의뢰후 완료되는 시간 동안 시간도 때울겸

근처의 여지껏 한번도 못 가본 서울숲에나 한번 가서 둘러 보며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들고 나왔던 것

 

얼떨결에 대충 촬영 허가를 받고 출입문 들어서자 마자 황급히 누른 셔터라 촛점도 제대로 안 맞는거 같고 구도도 좋지 않아

영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다.   사진상으론 좁은 공간같아 보이는데 실제론 안이 꽤 널찍하다

우측에 팔토시와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중이신 분이 사장님이시다.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뭐랄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성실함

 

서울숲과는 인연이 어째 영  안 닿는 것인지 갈 필요가 없었다

 

라이클 등산화는 밑창이 다 닳아 빠질때 까지 계속 주구장창 사용할 것이다.     다만 그 동안에 고리가 더 이상은 안 떨어져 나가기를 희망한다.

그래두 정 떨어져 나가겠다면야 부디 하산 막바지에 떨어져 나가기를 빌 뿐이다.       또 떨어져 나가면 당근 이집에서 이식 수술 받게 될테지.

요번엔 산행 개시 하자마자 나갔어두 당일치기 잘 아는 북한산이었길래 망정이지 만일 지방 원정 일박이상 산행에 초장부터 나가면

어쩔뻔 했냐 이말이다.     더구나 난 홀로산행 족속인데..   금 대략 난감 씨츄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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